

[TV리포트=최민준 기자] 7년 만에 돌아오는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가 개막 전부터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작품 자체에 대한 기대감보다 캐스팅과 회차 배분을 둘러싼 잡음이 먼저 무대 위로 올라온 모양새다.
오는 2월 20일 개막하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사회적 규범과 개인의 욕망 사이에서 파멸로 향하는 여성 안나의 비극적 삶을 그린 작품이다. 2016년 초연, 2019년 재연 당시 원작의 무게감을 살린 서사와 고난도 음악, 배우들의 가창력으로 호평을 받았고, 국내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도 ‘완성도 높은 대작’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번 공연은 약 7년 만의 귀환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반가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공개된 1차 캐스팅 스케줄이 알려지자마자 ‘회차 독식’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 역은 옥주현, 이지혜, 김소향이 트리플 캐스팅됐지만, 약 5주간 총 38회 공연 중 옥주현이 23~25회가량 무대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지혜는 8회, 김소향은 7회에 그쳤다. 두 배우의 출연 회차를 모두 합쳐도 옥주현의 출연 횟수에 미치지 못하는 구조다.
특히 김소향의 경우 배정된 7회 중 5회가 낮 공연으로 편성됐고, 저녁(밤) 공연은 단 2회뿐이라는 점이 논란을 키웠다. 반면 옥주현은 주말 공연은 물론 하루 2회 공연이 포함된 일정에도 다수 이름을 올렸다. 트리플 캐스팅임에도 사실상 원톱 체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멀티 캐스팅은 배우의 체력 부담을 분산하고, 장기 공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특정 배우에게 회차가 과도하게 몰릴 경우,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질 뿐 아니라 배우 컨디션 문제 발생 시 공연 전체가 흔들리는 ‘원 캐스트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고가의 티켓을 구매하는 관객 입장에서도 불안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8대 2 캐스팅 논란이 있었던 뮤지컬 ‘마타하리’ 공연 당시에도 옥주현의 건강 문제로 총 4회의 공연이 김소향 캐스팅으로 변경됐었다.


논란이 확산되던 가운데, 함께 트리플 캐스팅된 김소향이 자신의 계정에 남긴 짧은 글이 다시 불씨를 지폈다. 그는 “밤 밤 밤. 할많하말”이라는 문구를 올렸다. ‘할말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을 변형한 표현으로 해석되며, 구체적인 언급 없이도 현 상황에 대한 간접적인 심경 표현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졌다. 특히 ‘밤’이라는 단어가 반복되며 밤 공연 배정과 맞물려 팬들의 해석은 더욱 증폭됐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스케줄 문제를 넘어 확산되는 이유는 옥주현을 둘러싼 과거 ‘인맥 캐스팅’ 논쟁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공연 당시, 배우 김호영이 개인 계정에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글을 올리며 파장이 일었다. 해당 표현이 옥주현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퍼지며 업계 전반이 술렁였다. 실제로 ‘엘리자벳’ 공연 당시 캐스팅은 옥주현이 73회, 이지혜가 33회 회차를 공연해 약 7대 3 비율로 공연이 진행됐다.
당시 옥주현은 억측에 대해 법적 강경 대응을 예고했고, 제작사 EMK컴퍼니 역시 “라이선스 뮤지컬의 캐스팅은 원작사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인맥 개입설을 부인했다. 결국 옥주현의 김호영에 대한 고소는 취하됐지만, ‘옥장판’이라는 단어는 뮤지컬 팬덤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에도 ‘마타하리’ 등 일부 작품에서 회차 편중 문제가 반복적으로 언급되며 논란은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번 ‘안나 카레니나’ 역시 남자 주인공 브론스키 역의 문유강(14회), 윤형렬(12회), 정승원(12회)이 비교적 균형 잡힌 배분을 받은 것과 대비되며 논란은 더욱 도드라진다. 트리플 캐스팅이라는 외형과 달리, 특정 배우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라는 인식이 굳어지는 순간이다. 제작사 측은 “캐스팅과 회차는 제작사와 오리지널 크리에이터의 권한”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관객이 묻는 질문은 단순하다. ‘공정한 분배’와 ‘안정적인 무대’ 중 무엇을 선택했느냐는 것이다.
7년 만에 돌아온 명작 ‘안나 카레니나’가 다시 한번 작품성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아니면 캐스팅 논란이라는 그림자 속에서 출발하게 될지. 개막을 앞둔 무대보다 무대 밖 여론이 더 뜨거운 상황이다.


최민준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TV리포트 DB, 옥주현, 김소향, 김호영,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